들어가는 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양자 기술 전문 인력을 유치 및 육성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07.25). 양자 기술에 관한 관심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대하다. 선진국에서는 과거부터 활발하게 양자 기술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지속해 왔으며, 그 중에서도 양자 컴퓨터에 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정지형, 2023).
양자 컴퓨터의 이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고전적인 컴퓨터의 정보 처리 단위는 비트(bit)로써, 0 혹은 1의 값을 갖는다. 양자 컴퓨터의 정보 처리 단위는 비트가 아닌 양자 비트(quantum bit, qubit 이하 큐비트)를 사용하며, 비트와 마찬가지로 0과 1의 정보를 나타내는 것은 동일하다. 큐비트는 비트와 다르게 양자 중첩(superposition)과 양자 얽힘 (entanglement) 이라는 두 가지 양자적 특성을 가진다. 양자 중첩은 큐비트가 0과 1을 동시에 가질 수 있게 하고, 양자 얽힘은 두개의 큐비트가 있을 때, 한 개 큐비트의 정보가 고정되면 다른 큐비트의 정보가 그 즉시 고정되게 하는 특성이다.
큐비트의 양자적 특성은 비트와 비교했을 때 다음과 같은 이점을 가져다 준다. 2개의 비트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상태는 {00, 01, 10, 11}로 총 4개이다. 이 4개의 상태를 모두 나타내려면 총 8개의 비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큐비트는 이 4개의 상태를 중첩시켜 나타내기 때문에 2개만 있으면 충분하다. 즉, 양자 중첩은 큐비트가 비트에 비해 더 효율적인 메모리 관리와 고속 병렬 연산을 가능케 한다. 또한 양자 얽힘은 큐비트가 비트에 비해 더 빠른 정보 전송을 가능하게 한다.
고전적인 컴퓨터의 연산 속도의 한계에 부딪혀 사실상 연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양자 컴퓨터는 중첩과 얽힘이라는 특성으로 수 분 만에 복잡한 연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복잡한 연산의 예로 암호 체계와 데이터베이스 탐색 시간이 있다. 현대 암호 체계는 양자 알고리즘 중 하나인 쇼어 알고리즘을 통해 사실상 무력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데이터 베이스 탐색 시간은 그로버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Peter WS, 1994; Lov KG, 1996).
양자 컴퓨터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
양자 컴퓨터는 폴 베니오프와 리처드 파인만의 논문을 통해 처음 등장하였고, 이어 1985년 데이비드 도이치가 작동 원리를 정립한 논문을 발표하였다(Paul B, 1980; Richard PF, 1981; David D, 1985). 그 이후로 세계적으로 양자 컴퓨터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Figure 1>은 2000년 이후 출판된 양자 컴퓨터에 대한 논문수와 첫 해 피인용수 그래프이다. 출판 논문수는 해당 연도에 출판된 모든 논문의 수이고, 첫 해 피인용수는 출판된 직후 1년간 피인용된 횟수를 의미한다. 피인용수 대신 첫 해 피인용수를 사용한 이유는, 과거에 출판된 논문일수록 피인용수가 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기 위해서 사용하였다. <Figure 1>에서 출판 논문수가 증가하는 경향은, 양자 컴퓨터 연구가 과거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분야임을 보여준다. 특히 2019년을 기점으로 출판 논문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양자 컴퓨터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Figure 1. Number of academic papers and average 1st-year citations of quantum computer after 2000
<Note>
출판 논문수는 2023년, 첫 해 총 피인용수는 2022년에 크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분석 시점에서 활용한 데이터가 2023년 6월까지의 데이터이기 때문임.
국가별 양자 컴퓨터에 관한 연구 동향
1) 연도별 추이
현재 양자 컴퓨터는 미국을 필두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핵심 기술로 선정하고 관련 연구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Subcommittee on Quantum Information Science, 2023). 국가별 연구 동향을 살펴 보기 위해 연구 실적 상위 10개의 나라에 한국을 추가하여 총 11개국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연구 실적 기준 상위 10개국은 미국, 중국, 독일,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스위스, 그리고 오스트리아이다. 논문의 소속 국가는 1저자의 소속 국가로 설정하였다.
<Figure 2>는 2000년 이후 출판된 나라별 양자 컴퓨터 관련 총 논문수를 보여 준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미국만 연구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이후 중국이 미국의 출판 논문수를 따라 잡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2008년에는 중국이 미국의 출판 논문수를 추월하나, 2018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출판 논문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미국이 다시 중국을 추월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모든 연도에 걸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크게 두드러지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타 국가들과 비교하여도 모든 기간에 걸쳐서 대체로 미비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Figure 2. Number of academic papers of quantum computer after 2000 by country
<Figure 3>은 2000년 이후 출판된 나라별 양자 컴퓨터 관련 논문의 첫 해 피인용수를 보여 준다. 출판 논문수[Figure 2]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이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모든 연도에 걸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을 큰 격차로 상회하며 최정상의 연구 성과를 보여 준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Figure 2>와 마찬가지로 크게 두드러지는 성과를 확인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Figure 2>와 비교하여 더 미비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양자 컴퓨터 연구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선도하고 있음을 <Figure 2>와 <Figure 3>을 통해서 알 수 있으며, 질적 성과[Figure 3]는 미국이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Figure 3. Number of average 1st-year citations of quantum computer after 2000 by country
2) 최근 5년 국가별 연구 점유율
전반적인 동향 뿐만 아니라, 국가별 최근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2018-2023년(최근 5년)간 출판된 양자 컴퓨터 논문을 앞서 선정한 11개국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Figure 4>는 최근 5년간 출판된 11개국의 양자 컴퓨터 논문수에서 각각의 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 준다. 11개국이 전세계에서 출판되는 양자 컴퓨터 논문의 34.2%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미국과 중국이 각각 33.9%와 30.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그 다음으로 높은 독일의 7.5%와 약 4배 정도의 차이를 보여 준다. 즉, 미국과 중국이 현재 양자 컴퓨터 연구를 양적 성과로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igure 4. The country share of quantum computer academic papers from 11 countries over the past five years
<Figure 5>는 최근 5년간 출판된 11개국의 양자 컴퓨터 논문의 첫 해 피인용수에 대해 각 나라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준다. 11개의 국가가 전세계에서 첫 해 피인용 수의 62.4%라는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미국과 중국이 각각 43.3%와 17.6%라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가 질적 성과에서도 크게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은 43.3%의 비율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17.6%인 중국의 약 2.5배, 6.9%인 영국의 약 6배이다. 즉, 현재 양자 컴퓨터 연구는 양/질적 모두 미국이 크게 앞서 있는 상황이며 이를 중국이 쫓아가는 형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최근 들어 양자 컴퓨터 연구에 투자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양적/질적 성취 수준 모두 미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Figure 5. Country share of 1st-year citations for quantum computing papers published in 11 countries over the past five years
3) 최근 5년 Top 10 기관의 연구 성과
어떤 기관들이 양자 컴퓨터 분야 연구를 이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5년간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상위 10개의 기관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10개 기관의 소속 국가는 미국, 중국, 영국, 네덜란드 그리고 스위스 총 5개국이다. 이 중 미국 기관은 IBM, 하버드 대학, 메사추세츠 공과 대학 (MIT), 프린스턴 대학, 시카고대학 그리고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총 6개로 과반수이다. 가장 많은 논문을 작성하는 기관은 중국의 중국 과학 기술 대학(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of China)이고, 첫 해 피인용수가 가장 높은 기관은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과대학(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TU Delft)이다.
양자 컴퓨터의 특성상 공과 대학과 과학 기술 대학이 상당수 분포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글로벌 IT기업인 IBM도 대학에 밀리지 않는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전반적인 지표는 미국이 가장 우세하나 출판 논문수와 첫 해 피인용수의 1등은 각각 중국의 중국 과학 기술 대학 그리고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과대학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Figure 6. Number of academic papers and average 1st-year citations of quantum computer by institutions over the past five years : Worldwide
<Figure 7>은 대한민국 기준으로 첫 해 피인용수 상위 10개 기관의 출판 논문수와 첫 해 피인용수를 나타내는 히스토그람이다. 10개 기관 중 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경희대학교, 수원대학교, 충북대학교 그리고 고려대학교로 총 7개이다. 나머지 3개 기관은 정부출연연구소인 고등과학원(KIAS),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그리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다. 대한민국에서 종합적으로 가장 좋은 연구 성과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은 KAIST이며, 서울대학교가 그 뒤를 잇는다. 그 외 기관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5년 동안 수행된 국내 연구는 대부분 KAIST와 서울대학교에서 수행되었고, 국가 차원에서 양자 컴퓨터 연구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점차 해당 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04.29.) 대한민국 기관[Figure 7]과 세계 기관[Figure 6] 성과를 비교해보면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대한민국 기관이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 차원에서 관련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Figure 7. Number of academic papers and average 1st-year citations of quantum computer by institutions over the past five years : Korea
마치며
양자 컴퓨터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관심이 있는 분야이며, 관련 분야 연구 성과에서 미국과 중국이 큰 격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은 대학/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인 IBM, Google, 그리고 Intel 등 거대 IT기업 또한 양자 컴퓨터 기술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최근 들어 정부 차원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유의미한 실적을 내놓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한민국이 뒤늦게 양자 컴퓨터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함에 따라 R&D에 대한 투자가 다소 늦게 이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자 컴퓨터 기술 연구에서 더 이상 뒤쳐지지 않도록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인력 유치가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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